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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쉽게 말한다. ‘지난 일은 잊어버려.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어'라고 말이다. 상처가 아물지도 않았는데, 아문 척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누구에게나 트라우마는 있다
트라우마(trauma)는 라틴어로 ‘큰 상처’를 의미한다. 넓게는 신체적, 정신적 상처 모두를 포함하지만 오늘날에는 ‘마음의 상처’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일례로 “나 무서운 영화에 트라우마 있어”와 같은 식의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정신의학 분야에서 쓰이는 전문용어가 이제는 일반인도 자주 사용하는 일상 용어가 된 것이다. 고급 용어였던 트라우마가 광범위하게 쓰이게 된 모습에서 우리는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이처럼 트라우마는 현대사회에 만연한 증상이다. 자동차 사고를 비롯한 여러 사고, 폭행이나 폭력에 의한 피해, 자연재해에 대한 경험만이 트라우마를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밤새 앓았던 장염, 임신기간 동안의 높은 스트레스, 온몸이 경직되었던 치과 치료 등 평범해 보이는 사건들을 통해서도 일어난다. 트라우마의 원인은 그 범위가 굉장히 넓기 때문에 때로 우리가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노출되기도 한다.
코로나 사태 이후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외부 활동을 자제하면서 생겨난 답답함, 자신도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는 불안감, 하고 싶은 걸 못하는 데서 오는 무기력함이 하나의 트라우마로 자리잡은 것이다.
혼자만의 감옥에 갇히지 않으려면
안타깝게도 현재 우리 문화는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들에게 정서적 관용을 베푸는 분위기가 부족하다. “괜찮아. 이미 지난 일이야. 다 잊어버려.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야지”라며 상처가 아무는 데 필요한 시간을 할애하지 않고, 한시라도 빨리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최선이라며 위로의 말을 건넨다.
당사자는 도저히 힘을 낼 수 없는 상황인데도 주변에서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힘내”라는 조언처럼 공감이 생략된 말들은 오히려 혼자만의 감옥에 갇히게 만든다. 아무도 도와줄 수 없다는 절망감이, 더 이상 누구도 내 감정의 고통을 공유할 수 없을 거라는 두려움이 당사자를 절벽 끝으로 내모는 것이다.
48년 동안 트라우마 연구에 몰두한 피터 레빈 박사는 “트라우마를 치유할 수 있는 선천적 지혜는 이미 우리 자신 안에 내재되어 있다”며 내 안에 잠든 트라우마를 깨울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나 자신이라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선 나 자신이 “살아 있음을 느끼는 유기체로서 자신의 몸을 직접 경험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마음의 상처, 몸으로 극복하기
얼마 전까지만 해도 트라우마 치료는 주로 상담과 약물로만 이루어졌다. 전통적 심리학, 의학에서 트라우마를 정신적 장애로 진단하고 심리상담 위주로 증상을 치료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대가 급변하면서 트라우마의 원인과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나자 사람들은 보다 근본적인 치료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심리치료에 몸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신체 기반 치료법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 그 이유다.
뇌를 포함한 우리 몸의 각 기관은 상호작용하는 ‘유기체적’ 성격을 지니고 있기에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선 정신뿐 아니라 몸이 가진 핵심적 기능을 함께 다뤄야 한다. 특히 몸의 감각에 집중함으로써 몸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따라가면 트라우마로 마음속 깊이 감춰져 있던 상처와 마주하게 되고 이를 끄집어내 몸 밖으로 방출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트라우마는 평생 극복할 수 없는 '만성 질환'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고도 충분히 스스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 마음의 문제는 마음이 아니라 몸으로 풀어야 한다. 대표적인 방법으로 '감각 경험'을 활용하는 것이 있다. 샤워를 할 때 물이 몸에 닿는 촉감을 느껴보거나, 설거지를 할 때 뽀득뽀득 깨끗해지는 소리에 집중하다 보면 마음에 남아 있던 상처들이 하나둘씩 사라질 것이다. 생각보다 가깝고 또 쉬운 방법으로도 트라우마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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