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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슈

사실은 부적절한 관계였다는 '기생충'속 두 남녀

by 말풍션 2020.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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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원래 극중 기택,기우,기정의 이름은 잘못되었다?

원래 항렬상 기택,기우,기정의 이름 가운데 쓰인 '기'자 돌림은 아버지와 자녀의 관계상 쓸 수 없는 이름이다. 이름에 쓰는 ‘돌림자’는 대대손손 집안사람들의 서열을 알려주는 표지이기에 신중하게 쓰야 한다. 봉준호 감독은 인터뷰에서 이같은 지적을 받자 "제가 족보,항렬을 잘 몰랐다"라며 운을 땐 뒤, "아버지와 자녀의 이름을 기생충의 '기'자로 통일하기 위해 그러한 이름으로 통일시키려 했다. 기택의 아내 충숙의 이름역시 기생충에서 따온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참고로 기택의 이름은 4.19 세대를 대표하는 정치인 이기택에서 따왔다. 

2.장혜진이 연기한 엄마 충숙의 재미있는 비하인드

기택 가정의 든든한 기둥 같은 존재인 충숙에게는 흥미로운 비하인드가 있다. 전직 육상 해머던지기 선수 출신으로 나온 그녀는 집안일에도 충실하면서 가족을 위협하는 근세(박명훈)에 직접 맞설 정도로 강인한 여성으로 그려진다. 그녀를 해머 던지기선수로 설정한 대에는 특별한 이유는 없으며 기택이 쩔쩔맬 정도로 강인한 이미지를 생각하다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참고로 그녀의 해머 던지기 성적에는 은메달이 최고 성적이다.

 

그런데 이 강인한 여성이 어쩌다 기택처럼 시종일관 무기력 해 보인 사람과 결혼을 하게 된 것일까?

 

봉준호 감독은 충숙이 기택과 결혼한 이유에 대해서 "충숙은 매우 도전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지만, 그에 비해 기택은 어떤 일에도 눈을 감고 있다. 그 부분이 두 사람의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지만 반대로 달랐기에 서로에게 평화로운 여유를 줄 수 있었다."라며 두 사람이 결혼한 이유에 대해 언급했다.

 

장혜진

직업영화배우소속아이오케이컴퍼니

3.문제의 피자 박스를 잘못 접은 범인은 바로…

영화 초반 등장한 피자 가게 사장은 기택네 가족에게 "박스 네 개에 한 개꼴로 잘못 접혔다. 넷 중 하나는 불량이다"라며 따진다. 그렇다면 누가 피자 박스를 잘못 접은 것일까? 봉준호 감독이 설정한 범인은 바로 송강호의 기택이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영화에서는 기택이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있고, 충숙만 멋쩍은 표정을 짓고 있다. 참고로 기택 가족에게 모욕을 준 이 피자 가게 사장은 영화 후반부 홍수 피해 이재민들 중 한명으로 등장해 체육관에서 쉬고 있는 장면으로 짧게 등장한다. 눈치 빠른 분들은 한번 찾아보시길…

4.숨겨진 주인공 '근세'역과 박명훈에 대한 또다른 비하인드

전에 언급한 박명훈과 아버지에 대한 비하인드에 이어 이번에는 그와 캐릭터에 대한 비하인드다.

 

우선 그가 처음 등장했던 지하실에서 아내 문광이 젖병으로 먹이던 것은 우유가 아닌 미음이었고, 근세라는 독특한 이름은 갑근세(갑종근로소득세)에서 따왔다고 한다.

 

박명훈이 캐스팅 된데는 그가 출연했던 2016년 독립영화 <재꽃>에서 보여준 음주 연기가 너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기생충>을 통해 무명시절을 벗어날 기회를 얻었기에 박명훈은 제작진과 약속한 비밀서약유지 외에도 캐릭터에 완전히 몰입하기 위해 영화 촬영 한 달 전 아무도 없는 지하 세트장에 나홀로 오랫동안 누우며 생활했다. 그때 한동안 멍한 기분이 느껴졌고, 그때의 감정을 토대로 이 캐릭터의 성격과 언어 습관을 만들게 되었다.  

박명훈

직업영화배우,연극배우소속에이스팩토리

 

5.문광,충숙 부부가 북한 유머를 펼친 배경은?

기택네 가족을 제압한 문광과 근세 부부는 소파에서 편안함을 즐기다 갑자기 북한 뉴스의 메인 아나운서인 리춘희의 성대모사와 김정은을 언급하게 된다. 이 두 부부가 북한 이야기를 꺼낸 것에는 두 사람이 지하실에 몰래 생활했던 영향이 크다.

 

한국에서 지하실과 벙커는 북한이 쳐들어 올 상황을 대비한 공간으로 인식되었고, 이 때문에 이 부부는 지하실에 몰래 살면서 '우리가 북한 때문에 여기에 살고 있네'라며 농담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며 이같은 설정을 등장시켰다.

 

참고로 문광을 연기한 이정은은 리춘희 아나운서가 등장하는 뉴스 영상을 몇 달간 살펴보며 그녀의 톤을 완벽하게 차용하기 위해 노력했다. 

6.문제의 지하 공간은 끔찍한 실화 사건 공간을 참고해서 만들었다?

요제프 프리츨 사진

출처넷플릭스

남궁현자가 설계한 박사장 집의 지하 공간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로 소개된 <요제프 프리츨:악마의 얼굴>에 등장한 지하 구조를 참고해서 완성했다. 봉준호 감독은 "다큐멘터리의 내용과 상관없이, 문제의 집 내부 구조와 일부 이미지를 차용해 완성했다"라며 해당 작품과 연계 시키는것에 선을 그었다. 참고로 요제프 프리츨 사건은 친딸을 24년간 감금하고 성폭행해 일곱 아이까지 낳은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또 이와 별개로 시나리오 작성 과정에서 1933년 프랑스에서 발생했던 파팽 자매 살인사건을 참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프랑스의 한적한 시골 도시에서 하녀 자매가 고용주의 부인과 딸을 잔혹하게 살해했던 사건이었다고 한다. 

7.알고보면 안타까운 사연이 있는 조여정의 '연교'

'영 앤 심플한' 사모님으로 소개된 연교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부잣집 사모님으로 그려지지만, 단순한 성격에 남편에 순종적이고 집안일에 미숙한 캐릭터로 그려진다. 조여정은 인터뷰에서 연교에 전사가 있다며 "그녀는 대학교 2,3학년 때 남편의 아이를 가져 바로 주부가 되었다. 남편이 사회적 지위가 있다보니 그에 발 맞춰 살기 위해 노력했으며, 그러다 보니 한 세계에서만 살 게 되었다. 어찌보면 모르는 게 더 많은 여성이다."라며 연교 캐릭터가 심플하게 그려진 이유에 대해 이야기했다.  

8.민혁과 연교는 미묘하거나 부적절한 관계였다?

전편에서 언급한 봉준호 감독이 영화에서 차마 다루지 못했던 일부 설정 중 하나로 영화 초반 짧게 출연해 기택 가족에게 수석을 선물하고 기우에게 박사장집 과외 일을 주선해준 민혁(박서준)에 대한 비하인드다.

 

민혁은 기우에게 자신과 다혜는 진지한 관계라고 말하면서, 사모님 연교에 대해서는 "그 집 사모님이 뭐랄까... 사모님이 심플해. 영 앤 심플." 하다고 말한데 이어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나는 좋았다"라고 말한다. 연교 또한 기우에게 민혁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사람자체가 호감이 간다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연교:민혁 쌤이 사실…인간 자체가 워낙 브릴리언트 하잖아요. 저나 다혜나 만족도가 높았거든…다혜 성적과는 별개로…무슨 말인지 아시죠?"

 

둘의 말을 들어보면 사람으로서 좋았다라는 이야기로 들릴수 있지만, 약간은 부적절한 관계임을 암시하는 대목으로도 들릴수 있다.

 

봉준호 감독은 지난 1월 <나이브스 아웃> 라이언 존슨 감독과 함께한 GV에서 HBO를 통해 제작될 <기생충> TV 드라마 버전에 쓰일 소재들을 제작자인 아담 맥케이 감독에게 전달했다고 언급했는데, 이중에는 '민혁과 연교 사이에는 뭔가 묘한 사연이 있다'라고 말해 두 사람이 단순한 학부모, 과외교사의 관계가 아닐수 있다고 암시했다.

 

만약 이 두 사람이 부적절한 관계였다면 민혁은 극 중 사건의 발단이 된 중요한 캐릭터가 되고, 이야기에서도 비중 있게 그려질 수도 있었다.

 

아쉽게도 이 대목은 영화의 핵심적인 이야기를 위해 편집되었지만, 아담 맥케이가 그려낼 TV 드라마 버전에서 두 사람의 관계는 보다 더 구체적으로 그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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