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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계절 5월이다. 전국 꽃집의 공통된 고민은 도매 가격이 제각각이란 점이다. 꽃 도매시장은 별도로 가격표를 붙이지 않는다. 사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값이 달라진다. 나쁜 거래 관행을 고쳐보겠다면서 온라인 꽃 도매 플랫폼 ‘꽃팜’을 만든 김성수 대표를 만났다.
◇꽃 소매점 상대로 온라인으로 주문받고 배송
김 대표가 작년 1월 설립한 꽃팜은 부산·경남 지역 꽃 소매점을 대상으로 하는 꽃 도매 플랫폼이다. 꽃마다 가격이 투명하게 공개돼 있으며, 24시간 주문할 수 있다.
김성수 꽃팜 대표
출처꽃팜
플랫폼에는 다양한 꽃이 등록돼 있다. 소매상이 가격을 보고 주문하면 그대로 매장까지 배달해준다. 꽃집 입장에서 가격을 믿을 수 있고, 꽃 사러 도매시장에 가지 않아도 된다.
“어느 시장이든 물건마다 가격이 정해져 있고, 원하면 그 가격대로 살 수 있는데요. 유독 꽃 도매시장은 그렇지 않습니다. 같은 빨간 장미라도 도매업자마다 부르는 가격이 다르죠. 또 수많은 종류의 꽃을 제대로 구분해서 파는 도매업자가 거의 없어서, 원하는 꽃 구하기도 어렵습니다. 꽃집들이 원하는 꽃을 투명한 가격에 살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면 사업성이 있을 거라 판단했습니다.”
예상은 적중했다. 오픈 1년만에 이용업체 1200곳을 돌파했고, 연매출은 12억원을 넘어섰다.
꽃팜 도매팀 직원들
출처꽃팜
꽃팜이 꽃 소매점 사장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던 이유는 김 대표 역시 꽃집 사장님 출신이기 때문이다. “꽃팜 창업 전에 3년 정도 온라인 꽃집을 운영했어요. ‘꽃 정기구독’ 서비스를 하면서 1년에 2~3억원씩 매출을 올렸습니다. 그렇게 사업하면서 가장 큰 애로가 꽃 도매시장에서 물건을 사는 거였어요. ‘꽃 종류나 가격을 정확히 확인해서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죠. 예상이 유효해 보람있습니다.”
◇대학 시절부터 여러 사업 도전
김 대표는 일찍 취업 대신 창업에 도전했다. “대학에서 정보통신공학을 전공하면서 필리핀으로 어학연수를 다녀왔는데요. 그때 느낀 불편을 바탕으로 졸업 전에 유학원을 운영한 적이 있습니다. 외국 유학을 알선하고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었는데, 제 용돈 벌이 정도는 할 만큼 수입이 있었습니다.”
주문을 점검하는 김성수 꽃팜 대표
출처꽃팜
창업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대학생들간 카풀을 주선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기도 했다. 승용차로 등교하는 학생이 대학 주변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에서 학생을 태워가면 건당 1000원을 받는 방식이었다. “처음 부산만 대상으로 했는데, 서울과 울산에서도 만들어달라는 연락이 올 정도로 인기를 끌었어요. 그런데 정작 개발자인 제가 돈을 버는 구조가 아니었어요. 결국 팀을 해체했습니다.”
창업의 꿈까지 포기하진 않았다. 이때 경험을 바탕으로 꽃 정기구독 업체에 이어 꽃팜을 창업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아직까지 순조롭다. 혼자 시작한 직원은 12명까지 늘었고, 지난달에는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가 주최하는 스타트업 데모데이(디데이) 본선에 올라 상도 받았다.
꽃팜 물류 센터(왼쪽)와 모바일 서비스 페이지 화면
출처꽃팜
-현재 가장 도전적인 부분이 뭔가요.
“일반 도매업체에 비해 훨씬 다양한 꽃을 취급하다 보니 재고 관리가 어렵습니다. 꽃은 금방 시들어 버리니 제때 팔리지 않으면 다 버려야 해요. 지난 설 연휴 경우 3000~4000송이가 쌓여서 직원들에게 한 아름씩 꽃을 안겨서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여러 종류의 꽃을 취급하는 노력을 멈출 수 없습니다. 점차 요령도 생기고 있어서 계속 다양한 꽃을 확보할 계획입니다.”
◇부산·경남 넘어 전국으로 사업 확장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코로나 확산으로 졸업식과 입학식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꽃 수요가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른 도매 업체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입니다. 도매시장에 직접 찾아가 꽃 사기를 꺼리는 꽃집 사장님들이 꽃팜을 통해 온라인 주문을 하는 경우가 늘었거든요. 그래도 작년과 비교하면 우리 역시 매출이 크게 줄었습니다. 어서 이 사태가 완전히 끝나서 모두가 예전 일상을 회복하면 좋겠습니다.”
꽃팜 연구소 직원들
출처꽃팜
고객 꽃집들에서 고맙다는 편지가 올 때 가장 보람있다. “직원 수에 맞춰 마카롱과 음료를 보내주신 사장님도 계세요. 이런 인사 받을 때마다 ‘내가 사람에게 필요한 일을 잘하고 있구나’란 생각에 뿌듯해집니다.”
-앞으로 목표는요.
“아직까진 부산과 경남 지역만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요. 올해 안으로 전국 단위로 확장할 계획입니다. 화훼 시장의 유통을 좀 더 투명하게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저희와 비슷한 경쟁 업체가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는데요. 경계하기 보다는, 화훼 시장이 보다 젊어지고 선진화되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선점 입지 유지를 위한 차별점을 고민하면서, 즐겁게 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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